[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 우즈베키스탄

찬란한 왕의 무덤과 실크로드를 달리는 고속열차

구르아미르 영묘 내부의 천정 부분. 황금색과 청색으로 적절히 채색한 이슬람 문양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올 여름에도 돌궐족처럼 서쪽으로 서쪽으로 또다시 길을 떠났다. 실크로드 중앙아시아로 날아갔다. 아니 실크로드는 아직 못 가본 사람도 많은데 두 번씩이나. 그 동안 실크로드에 꽂혀서 글 쓰고 강의하면서 자나 깨나 그곳을 생각했다. 간절히 생각하면 이루어진다는데 실크로드 여행이 현실로 다가왔다. "인생은 멋있다. 그것은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실크로드 탐험가가 한 말이다.

지난 2012년 8월, 나라명 뒤에 ~스탄,~스탄이 붙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3개국을 탐방했다. 벌써 11년이 지났다. 어떻게 변했을까,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많이 변했을 것이다. 마음까지 변했을까? 그곳은 가도 가도 낯선 풍경이 계속되는 이상한 나라.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가 있는 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에 왔다.

◆실크로드 위를 고속열차로 달리다.

또 서쪽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이 역사의 흐름 속에 민족이동과 국가의 흥망이 유달리 잦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전파와 문물교류도 빈번했으니 그 길을 개척한 선인들의 불굴의 의지도 찾아봐야 했다. 그것은 21세기를 살아야 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더 확실히 알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늘길로 중국을 가로질렀다.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은 몇 달이나 고생하며 대륙을 횡단했었다.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고 발아래로 스쳐 지나가는 중국 땅을 내려다보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첫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 국제공항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그동안 자세히 모르고 지내온 이슬람의 세계로 성큼 들어온 것이다. 가는 곳마다 이상하고 신비스러운 나라이다.

 

타쉬켄트에서 출발한 고속열차 아프라시욥호가 사마르칸드역에 도착했다. '철의 실크로드'로 변해가는 상징이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타쉬켄트 북역으로 향했다. 역광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게이트 앞에서 먼저 여권 체크와 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으로 승강장 개찰구 앞에서도 여권과 티켓을 경찰관과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기차에 오른다. 서너번 검사를 받은 것 같다. 보안을 엄하게 할수록 승객들은 안전사고에 대해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속열차 아프라시욥(Afrosiyob)을 탔다. 열차 이름의 유래는 사마르칸드에 있던 고대 도시의 이름이다. 현재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지만 1220년 몽골의 침입 이전에는 사마르칸드의 구도심이 이곳에 위치해 있었다. 궁전 벽화에서 7세기 신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발견돼 더 유명해졌다. 스페인의 기술과 열차를 들여왔고 러시아 광궤(1,520mm)로 운행 중이라고 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의 연계가 가능해 보인다. 우리도 언젠가 대륙철도운송망과 연결되면 유라시아 물류혁명도 기대할 수 있겠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이며 2011년부터 운행을 준비하여 2016년에 타쉬켄트-사마르칸드-부하라까지 개통이 완료됐다. 그전에는 하루 종일 버스로 사막길을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포스코건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공사를 수주했었고 우리나라 기술로 완공한 시멘트 도로. 11년 전에 촬영한 현장사진.



2010년 당시 '포스코건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대규모의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고 우리나라 기술로 완공한 그 시멘트 도로였다. 그때 한창 공사 중이던 현장을 버스로 지나가던 일행들은 사진을 촬영하며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고속철도의 인기는 대단해 출발일로부터 약 2주전부터 매진이라는 소문이다. 일행들의 열차표는 가이드가 미리 확보해 주었다. 인기 있는 이유가 빠르기도 하지만 가격 면에서 일반열차 보다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위를 고속열차로 달리다니... 열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경치를 보면 가슴이 벅차다.

 

실크로드를 달리는 고속열차 차창 밖 초원에는 방목하는 소 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사마르칸드

방대하게 펼쳐진 평원이 나오기도 하고, 사막이 나오기도 한다. 스키타이, 사카, 흉노, 돌궐, 투르크, 몽골 등 수많은 나라가 명멸한 광활한 무대였다. 정복자 알랙산더를 비롯, 흉노족, 돌궐, 칭기즈칸, 티무르의 기마병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렸던 곳일 수도 있다. 구법승 '현장'이나 신라승 혜초가 걸은 구도의 길이기도 하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그 모래 속에는 부침한 수많은 문명이 잠들어 있다.

기차는 구름에 달 가듯이 하기도 하고, 모래 바다 파도에 배 가듯이 넘실넘실 달리기도 한다. 근대적 교통수단이 도입되면 이전의 전통적 실크로드와는 구별 지어 '신실크로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흔히 말하는 '철의 실크로드', 또는 '경제 실크로드'라고도 할 수 있다.

약 2시간 만에 사마르칸드에 도착했다. 동국대 실크로드 전문교수 윤명철교수는 사마르칸트가 아니고 사마르칸드(Samarqand)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크로드 교역의 시대에는 중국, 페르시아, 인도와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모이는 중심도시였다. 사마르칸드역 건물 주위로는 자동차 접근이 안 되도록 정원을 넓게 꾸며놓고 있다.

자동차 자살폭탄테러를 예방하려는 방책이라고 한다. 중동의 정세도 많이 달라졌다. 많은 것이 10년 전과 비교된다. 전체적으로 이슬람 국가이지만 이전보다 여유롭고 자유스런 느낌이 든다.

 

구르아미르 영묘에는 입구부터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다.



◆화려한 이슬람 문양의 구르아미르

사마르칸드 블루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파란색 도읍은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번창해 왔다. 칭기즈칸에 의해 파괴된 이 도시를 부흥시키고 이슬람 문화를 부활시킨 아미르 티무르가 잠든 땅이기도 하다. 구르아미르 영묘를 방문했다. '구르'는 묘, '아미르'는 지배자라는 뜻으로 구르아미르는 '지배자의 묘'라는 말이다. 이곳에는 티무르와 그의 아들, 손자, 스승 등 여러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

1403년 티무르의 손자이자 후계자인 무하마드 술탄은 소아시아에서 군사작전 중 사망했다. 무하마드의 시신은 사마르칸드로 옮겨졌고, 티무르는 왕자의 이름으로 영묘 건설을 명령했다. 손자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405년 중국원정 중에 전사한 티무르 자신의 시신까지 묻히면서 가족 영묘단지로써 기능이 확장됐다.

전사한 손자를 지극히 사랑한 티무르는 최고의 이상향을 묘사한 건조물에서 손자가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나 바로 이어 자신이 그곳에 누울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

11년 전의 방문 때는 썰렁했었는데 지금은 입구부터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건물 내에도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 와보는 건물에서는 본능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본다. 돔 천장 꼭대기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어두운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입을 벌리게 한다. 찬란한 금빛 장식들과 화려하고 섬세한 디자인 때문이다.

내부를 둘러싼 번쩍이는 문양에는 금 5㎏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무덤 내부 돔의 천장은 황금색과 청색으로 적절히 채색한 이슬람 문양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중간 부분에 '알라는 위대하다'는 내용으로 코란의 경구가 벨트처럼 황금색으로 적혀 있다. 이곳은 독특하고 화려한 미를 표현함으로써 정신적인 생명의 영원함을 선언하는 성지인 것이다. 죽었지만 '살아 있는 왕'과 이를 믿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물이었다.
 

 

 

 

링크 :

[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 우즈베키스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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